1. 사면초가 덩케르크
덩케르크는 세계 2차 대전이 벌어진 1940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곳은 이미 독일군이 프랑스 요새까지 밀고 들어온 상황인데 육지로 통하는 모든 길이 막히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해안가로 도망쳐 보아도 사면초가 전장인 곳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곳에 고립된 인원만 무려 40만 명입니다.
지금부터 이 지옥을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탈출 작전이 펼쳐지는데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공포에 떨어야 했던
땅 위에서의 일주일을 소개합니다.
병사들을 구하러 덩케르크로 향하는 배 위에서의 하루와 공중전이 벌어진 하늘 위에서의 한 시간까지
세계 전쟁사에 기록된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 크리스토퍼놀란 감독의 절묘한 시간차 구성
현존하는 최고의 거장이라 할 만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가 시간의 마술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능수능란하게 다뤄온 그가 도달한 최고의 경지가 바로 덩케르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즌의 도움 없이 악당 같은 독일군 없이 극을 이끄는 주인공조차 없이 마치 전쟁을 체험하는 듯한
영화입니다.
지금은 바로 크리스토퍼 논란과 한스 짐머의 시대임을 알게 해주는 엄청난 시각과 청각의 경험 놀라운 경험이 펼쳐집니다.
덩케르크에 고립된 40만 병사들에게 가장 큰 공포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독일군 폭격기였습니다.
이 공포로부터 빠져나가려면 잔교 끝에 정박된 배를 먼저 타야 했습니다.
덩케르크 해안에서 병사들이 일주일간의 사투를 벌이는 동안 영국에선 병사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자진에서 탈출 작전에 참여하는 민간 선박 문스턴호가 해변으로 향합니다.
이때 하늘 위에선 연합군의 전투기 세 대가 탈출할 길을 터주려 고군분투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땅 바다 하늘의 새 시간대가 다릅니다.
땅에서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하늘에서 한 시간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처음엔 서로 달랐던 세 시간대가 후반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땅과 바다 하늘에서 동시에 만나는 마술 같은 장관이 펼쳐집니다.
한편 서둘러 잔교로 이동하는 토미아 깁스 하지만 이 영화는 특정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길을 터주지 않습니다.
주인공도 따로 없고 대사도 없고 배경 설명도 없어 불친절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그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생존 본능을 쫓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가까스로 배에 오른 토미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엿듣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덩케르크에 머물수록 독일군 폭격기에 의해 희생자만 늘어갑니다.
생생한 전장 체험을 경험하게 해주는 덩케르크의 특별함은 오히려 피 튀기는 전투신 통쾌한 승리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작전에 참가한 영국군 전투기는 고작 세 대 넓은 해안에 한 척씩만 들어오는 배가 조촐해 보여도
당시 전투를 그대로 재연해 현실감이 넘치고 적인 독일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두려움에 떠는 인물들의 표정만으로도
생생한 전쟁의 공포를 전해줍니다.
독일군이 언제 어디서 폭격을 가해 올지 모르니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배를 탔다고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 땅을 밟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말입니다.
용케 구조선에 올라타지만 또다시 어뢰의 공격을 받아 배는 침몰하고 구사일생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해안가로
이렇게 승선과 하선을 무한 반복하며 병사들은 점점 탈출의 희망을 잃어가는데 상황이 긴박해질수록
영화 속 또 하나의 캐릭터라 할 만한 한스 짐머의 음악이 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째깍거리는 초시계 소리, 요동치기 시작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덩케르크의 공기를 고스란히 전달해 줍니다.
이때 콜린스의 전투기가 독일군 폭격기에 피격당하고 망망대해로 추락하고 마는데 그런데 이때부터 실로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이를 계기로 서로 다르게 진행되어 오던 육해공 세 갈래의 시공간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데 거꾸로 흐르는 시간을 다룬 메멘토 지구와 우주의 시간차를 허문 인터스텔라 꿈과 현실의 시간을 탁월하게 엮어낸 인셉션을 통해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뤄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엔 서로 달랐던 육해공의 시간이 하나가 되는 장면에서 역대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한편 잔교에서 배를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막막한 상황은 계속되고
집요하게 탈출을 방해하는 독일 폭격기의 위협은 더욱 거세져만 갑니다.
연료가 거의 동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그리고 한 명의 병사라도 더 구하고 싶은 민간 선박과
구축함만을 기다렸던 덩케르크의 병사들 과연 모두가 무사히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3. 가장 극적인 탈출
됭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 통틀어 가장 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하지만 희박한 귀향의 확률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덩케르크의 기적이 일어났는데 사십만 명의 목숨을 살린 것 살고자 했던 모두의 용기와
작은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정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보다 값진 실패 덩케르크야말로 최고의 전쟁영화라고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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